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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클라 바다르체프스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0.07.22 몸은 기억한다

피아노를 사놓고 제일 열심히 쳤던 곡은 엘리제를 위하여.

왜? 만만하니까!

이제 제법 손가락이 부드러워질즈음 머릿속에서 자꾸 흥얼거리게 되던 멜로디 하나.

이름하야 소녀의 기도. 피아노 입문자들은 모두가 아는 흔한곡이지만 일반적으론 조금은 낯선 이름의(나만 그런가? 흠흠) 음악가 테클라 바다르체프스카의 곡이다.

클래식 하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모짜르트나 베토벤, 쇼팽, 바흐를 생각하지만 폴란드의 여류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테클라 바다르체프스카는 익숙한 이름도 아닐뿐더라 난 어릴적 피아노를 칠때조차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배웠던걸로 기억난다.

어쩌면 피아노선생님이 알려준 걸 기억해내지 못하고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녀의 기도'로 익숙한 이 곡의 오리지널 곡명은  La Prier D'une Vierge, 

피아노 구입때 한권 받은 피아노책을 이리저리 넘겨가며 뚱땅거리다가 이곡이 내가 찾던 그곡이라는걸 뒤늦게 알고 나의 무지에 쥐구멍을 찾고싶어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쳐보겠다고 했을때 또한번 찾아온 현실자각 타임은 바로 악보였다.

아무리 20여년이 지났다쳐도 그렇지 충분히 익힌 피아노, 악보 읽는게  쉽지않다니 이건 머리의 문제라며 자책마저 드는거다.

심플한 다장조나 한두음절 붙는 임시표는 어찌어찌 치겠는데 

처음부터 붙는 조표, 샾(#)이나 플랫(b),  제자리표는 한개라도 보이면 일단 뇌가 풀가동을 해봐도 손가락이 우왕좌왕하게되고,

설상가상 두개 이상이 붙기라도 하면 작동하던 뇌가 블랙아웃이 되어버리는 이 현실. 

그런데 한개도 두개도 아닌 플랫이 세개나 붙은 내림 마장조의 소녀의 기도라니 하~한숨이 먼저 터지는것이.

어떻게든 초보자의 마음으로 천천히 한개씩 더듬더듬 건반을 찾아 나가다가 조금 익숙해지는 순간, 갑자기 웬일?!

나의 손가락이 음을 기억해서 악보는 대충 읽으면서도 피아노가 쳐진다. 

그리고 연습 몇번하니 어느 순간부터는 악보를 보는게 아닌 손가락이 건반을 기억하는거다.

내가 좋아했던 구간인, 손가락이 서로 교차해가며 치는 구절에서도 기억이 생생한것이.  

몸이, 아니 손가락이 모두를 기억해내고 있다니.

그간 굳은 손가락이 그래도 연습하다보니 이제 제법 풀렸다 싶기도하고.

집나간 기억이 마침내 돌아왔다 싶기도. ㅎㅎ

어릴때 뭐든 배워두면 다 피가되고 살이된다던 어른들 말이 허튼소린 아닌가보다.

그렇게 완곡을 끝내니 절대 풀리지않을것 같던 산수문제를 푼 기분마저 든다. 

그나저나 어릴땐 안틀릴때까지 무한반복하던  피아노 연습이 싫어 그렇게도 뺀질거렸는데

스스로 피아노앞에 앉는 요즘의 난, 정말이지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어린 나로 돌아간 기분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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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탱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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